Archive for 2017/03/02

로건 리뷰

아시다시피 울버린의 마지막입니다.

기나긴 엑스맨 시리즈의 한 챕터가 드디어 끝. 이전 시리즈와는 내용적으로, 시간적으로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의외로 울버린 1편의 내용을 제일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리에브 슈라이버가 나왔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 지금도 궁금한 부분은 이 영화를 접한 브라이언 싱어의 반응인데, (브라이언 싱어 정도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Executive Producer에 이름 올릴 수도 있지 않나요. 놀랍게도 싱어 손을 안 탄 영화네요.) 왜냐하면 이 시리즈가 뮤턴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결과론적인 시각이 이번 영화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이든 찰스 자비에를 다룰 때 그렇습니다.

이전 시리즈 속 캐릭터들의 대의적 수준의 행위들이 여기서는 개인적인 수준으로 축소되어 있는데, -이 방향 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한 뮤턴트를 위한 영화이니까요. -그러면서 그 대의적 행위들의 업보가 개인에게 몰아쳐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이런 것들을 브라이언 싱어가 미리 알고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나중에 영화로 확인하고 어디서 주먹 물고 오열한 건 아닌지. 이건 따로 찾아봐야 맞는데 서치가 귀찮은 나머지 문단을 두 개나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네요.

관람 등급을 올려가며 만든 액션 시퀀스는 매우 좋습니다. ‘폭력적 성향을 가진, 세상에서 제일 강한 금속 칼날이 몸에서 나오는, 불사의’ 뮤턴트가 응당 했음에 마땅한 행위들을 (이제서야) 거침없이 보여주니까요. 거기다 초중반의 체이스 시퀀스 구성은 매우 영리해서 개인적으로는 ‘시빌워’의 제트기 격추 시퀀스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외려 후반에 가서 약간 힘이 빠지는데, 엑스맨2라는 좋은 레퍼런스가 있었을 장면임에도 왜 이렇게 허술하게 구성했는지 모를 일이네요.(그렇다고 많이 허술한 건 아니고, 앞부분의 정교함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다만 영화적 재미와는 별개로, 한 챕터의 마지막으로서, 영화가 캐릭터들에게 일종의 리스펙트를 보여줄 때의 감정선이 저랑은 좀 어긋납니다. 잠시 진행 속도를 늦춰서 좀 더 짙은 농도의 감정을 드러내도 좋지 않았으려나요. 제가 상영관에서 볼 때 어떤 분은 특정 장면에서 아예 웃더군요. 웃을 장면이 아니었는데.

울버린은 끝났지만 그럼에도 엑스맨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아포칼립스가 그렇게 나오는 바람에 이전의 ‘뮤턴트로서의 소수VS호모 사피엔스’ 구도도 최근에 흐려졌는데요, 다음 영화에는 방향을 잘 찾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로건이 ‘새 시작을 위한 맺음’이 아니라 ‘끝의 시작’이었으면 하네요. 각종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웬만한 대형 프렌차이즈는 빼놓지 않고 보는) 저부터도 피로도가 많이 올라가 있으니까요. 폭스가 얼마나 더 오래 영화를 내어놓을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역시 서치가 귀찮은 자의…)

+) 사람들 말대로 로라역의 다프네 킨 정말 에반 피터스랑 닮아서 왠지 로라에게 피터 막시모프의 유전자가 섞여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저도 들었네요. 언젠가 에반이나 다프네도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