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015/12/19

레전드 단상

별 두개 준 가디언이 이해간다.

불법으로 돈을 버는 갱스터로서의 화려한 삶, 그리고 절절한 사랑, 애끓는 형제애, 사랑과 우애 사이의 갈등, 형사와 갱스터 같의 쫓고 쫓기는 추격 같은 영화에서 기대했을 법한 것들 전부가 러닝타임이라는 정해진 시간 속에 서로 끼어서 그 중 하나도 제대로 자기 주장도 못 펴는 채로 영화가 끝난다.

대체 이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욕심이 많았으면 이야기를 훨씬 촘촘하게 짰어야 했다. 뭐 머리 쓸 필요없이 말로 퉁쳐버리면 그만인 나레이션까지 가져다 써놓고도 영상은 그저 얘랑 얘가 이렇게 해서 얘가 이렇게 되고 그래서 또 얘가 이렇게… 계속 사건의 나열만 있고 목적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19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로 잔인하다면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한다. 갱스터 싸움씬은 그냥 잔인하기만하고 정교하게 합을 짜서 싸움씬을 찍겠다는 생각을 감독이 안 했는지 그냥 쌩 싸움이고… 원래 갱스터들이 저렇게 후지게 무작정 줘패며 싸운다는 얘기를 하고싶었다기엔 전후 맥락이 없고, 무지막지한 크레이 쌍둥이들 씨익씨익이 목적이었다면 아이고 다시는 액션찍지 말라고 해야하고.
저 쓸데없는 잔인함에 19세 딱지를 붙여놨으면 좀 야햐게도 만들었어야지 론 크레이 걔 집에서 난교파티하는 애라고 아니 왜 이 쪽으론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톰이랑 테론이 게이섹스씬 못 찍겠다 그러기라도 하던가요? 그럼 그냥 다른 배우한테 충분히 시킬 수 있는 배경을 스스로 깔아놓고서 왜 이용은 안 하죠? 아니 남남 섹스씬이 안 나와서 이해가 안 된다는 소리가 아니라 고위 정치인들까지 끼어든 추잡한 파티에 겨우 스팽킹이 다라니. 그것도 애초에 19세용으로 만든 영화에서.

이미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있는 판에 각 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풀어갔어야 했는데 여기선 그저 톰 하디 몰빵이다. 갈등이 있어야 하니까 쟤를 넣고 갈등에선 이게 필연적이니까 얘를 넣고 톰하디 이외의 인물들은 그저 기능으로서만 존재하거나 없으면 말이 안 돼서 집어넣은 인물들.
다른 거 없이 그냥 테론이 해맑게 백치미 뚝뚝 떨어지게 웃으면 좋았다. 톰하디 빼면 오직 이것 만이 살아남은 듯. 하긴 그건 있다. 반쯤 정신 나간 론 크레이를 테론 역할(이름이 뭐지)이 허리가 나가도록 받아야 하는 날이 있겠구나하는 암시. 딴 거 없고 이 거 하나.

이렇게 길게 깔 생각은 없었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