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019/02/28

공자님 공자님 공자님 1

그러니까 2016년이지요 베이비돌로 공자님을 커스텀하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

베이비돌에 맞는 예쁜 한복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는 걸 안 뒤로 베이비돌 모델을 뒤진 결과,

엘사가 가장 공자님의 인상에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3만원 남짓의 값싼 가격을 믿고 두달만에 베이비돌을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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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침대 밑에서 택배박스 채로 반년이상을 잠들어 있었고…

용기 내(?) 다시 꺼낸 것이 2017년 2월. (하도 오래전이라 파일명 보고 유추하고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을 하기 위해서는 1) 의상 구매 혹은 제작 2) 식모(植毛) 3) 리페인팅 4) 그 외 소품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1. 의상

복담은빔(https://www.instagram.com/bdeunbim/)을 이용했습니다. 물론 손재주가 좋으면 직접 제작해도 무방합니다만 한복은 재봉 기술을 알더라도 만들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라서요.

요즘에는 여기저기 검색하시면 여러 업체가 나옵니다. 사용하는 원단 단가에 따라 의상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그 중에 제일 맞다 싶은 의상을 고르시면 됩니다.

그냥 돈 주고 사는게 제일 편합니다. 해당 업체에서 한복과 버선, 갓과 신발(백혜)을 구입하였습니다.

맨 위 포스터처럼 투명한 느낌의 하늘색으로 주문하였습니다. 노란색이 섞인 고급원단입니다.

2. 식모(植毛)

커스텀 본체와 인형 머리색이 같으면 정말 좋겠지만, 머리 색이 다르거나, 아니면 3만원대 공산품 퀄리티의 머릿결에 만족하지 못 하는 경우 따로 머리를 심어야 하지요.

식모에도 방법이 몇가지 있습니다. 1) 기계로 심거나 2) 직접 손으로 심거나. 어느 방법이든 손을 타기 때문에 반드시 리페인팅 이전에 해주어야 합니다.

기계식모는 정기적으로 해주시는 분께 의뢰하면 되는데, 색깔과 가르마, 앞머리 정도는 지정이 가능하고, 머리숱, 길이와 같은 디테일한 주문은 불가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드에 열을 가하기 때문에 중국산 몇몇 모델은 의뢰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으로 심는 방법에도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일자로 된 가발 원사끼리 안쪽에서 서로 엉키게 해서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펌핑 식모)과, 한쪽에 오버로크 처리가 되어있는 스트링 원사를 잘게 잘라 심는 법(스트링 식모)입니다.

도식화하면 대충 이 쯤 됩니다.

저는 셋 중에 스트링 식모를 선택했습니다. 그 당시엔 셋 중에 제일 확실해 보여서 였는데, 나머지 두 방법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장단점은 다들 있으니까요.

헤어드라이어로 열을 가한 뒤 공구를 이용해서 머리를 분리하고 머리카락을 모두 제거해줍니다. 그럼 이렇게 대머리가 됨.

그리고 두피에 칠해진 색과 심으려는 색 차이가 심하고, 특히 칠해진 색보다 더 연한색으로 식모하고자 하는 경우는 필수로 아크릴 물감으로 두피를 새로 칠해줘야 합니다. 저는 더 진한색으로, 그것도 상투를 틀어올릴 계획이었으니 칠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니 칠해주었습니다. 사진은 1회 칠한 것으로 두세번 더 발라주면 말끔하게 됩니다. 짙은 갈색으로 칠한 이유는 한자를 잘못 봐서 짙은 갈색(黑棕)을 흑색으로 잘못 보고 사서 그렇습니다. (타오바오 공구로 식모용 원사를 구매하다보니) 막상 사고 보니 사람 머리색처럼 자연스러워서 만족합니다.

기나긴 노가다의 시작…. 스트링 원사의 오버로크 부분에 순간접착제를 발라 머리털이 잘 빠지지 않게 처리한 후, 세가닥 정도로 잘게 자른 원사를 머리 구멍에 심는 방법입니다. 주사침, 얇은 철사, 그리고 구멍을 일시적으로 넓혀 줄 압정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아래에 설명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손으로 조물조물 만지게 되니 목공용 풀을 식모할 부분을 제외한 곳에 발라 임시 코팅을 해주면 좋습니다. 리페인팅 전에 벗기세요.

대망의 첫 식모!

확실히 공산품이라 구멍이 들쭉날쭉, 그리고 상투를 틀어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저는 헤어라인에는 구멍을 추가로 뚫어 촘촘하게 심어주었습니다.

중간과정1. 사진에 보이는 원형을 따라 잘라낸 뒤 식모를 하고 다시 붙여도 됩니다. 저는 목구멍으로 원사를 넣어가며 작업했습니다.

중간과정2. 헤어라인이 덜 빽빽해서 헤드에 발라놓은 아크릴 물감 색이 비치죠. 구멍사이에 구멍을 더 뚫어서 촘촘하게 심어줍니다. 상투를 올릴 거라 라인 안쪽에는 기존 구멍에만 식모하고 추가로 더 심지는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 심으면 괜히 상투만 두꺼워지고 예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간은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들이느냐에 따라 편차가 큰데 출퇴근 하면서 완성하려면 한 3개월은 잡아야합니다.

완성샷을 따로 안 찍었군요. 다음편에 다른 준비 과정 얘기하면서 빽빽한 정도를 확인하도록 하죠.

 

※ 스트링 식모하는 법

주사 바늘과 철사로 심는 법입니다. 주사침 넣기 전에 압정같은 걸로 구멍을 넓혀주세요. 시간 지나면 다시 쪼그라듭니다. 위에 ‘확실하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촘촘하게 여러 구멍에 심어야 헤드 안에서 원사끼리 엉키는 원리로 고정 되는 펌핑식모(여기는 펌핑 식모 전용 바늘이 필요합니다)와 달리 한 구멍에만 심어도 확실히 고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헤어라인 외에는 딱히 촘촘히 심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적합한 방법이었습니다.

대신 철사로 원사를 빼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원사가 한번 접히기 때문에 접힌 자국이 남고(그래서 고열사 원사로 심고 고데기로 펴주어야 합니다), 잘못 빼내면 철사가 원사 전체를 긁어내는데, 이 때 원사가 망가집니다. 심하면 뺐다가 다시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원사 일부가 구멍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도 심하면 뺐다가 다시 심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모 방법 중 제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로 인한 착색 위험이 제일 높습니다.

여기에 미루어 보건데 펌핑 식모는 원사가 빠질 위험이, 기계 식모는 디테일한 식모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겠지요.

원사는 섬유유연제로만 씻어주세요. 사람 샴푸는 절대 ㄴㄴ (근데 동물털 화장 브러시는 샴푸로 씻음 좋아요) 그리고 사람이 쓰는 플라스틱 빗은 정전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브러시가 금속으로 된) 인형용 빗이나 아니면 동물용 빗으로 빗어 주어야 합니다.

– 가르마 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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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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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 워낙에 처녀 귀신 머리가 유명하니 정가르마 타는 것도 생각은 해봤는데요, 사람처럼 두피에 빽빽하게 머리카락이 심겨 있는 것이 아니니 따로 방법을 써야 합니다. 저렇게 어슷한 방향으로 심어주면 가르마가 만들어지는데, 직접 해본 건 아니어서 정확히 어느 간격으로 심어야 예쁜 가르마가 나오는지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여러 이유로 상투와 공존할 수 없는 머리여서 저는 일치감치 포기…

다음편 포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