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014/12/02

빌리 엘리어트 + 더 뮤지컬 + 라이브

※영화 스토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을 예정입니다. 뮤지컬 내용도 있지만 뮤지컬은 직접 봐야지 설명으로 들어서는 아무것도 스포일하지 못 하기 때문에 영화 내용 아시면 읽어도 무방합니다.(그래도 뮤지컬판에 대한 직접적인 스토리 설명은 지양하도록 해볼게요.)

얼마만의 영화 리뷰인지! 오늘 한 번 영화 원작과 뮤지컬과 이번 라이브버전에 대해 모두 이야기해볼까 해요.(영화판, 영화 원작, 원작/뮤지컬, 무대공연/실황판, 라이브 이렇게 구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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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다시 가게 되거든 꼭꼭 한번 더 보리라 마음 먹었던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을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제가 사는 이 곳에서도 보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트레일러 먼저 보시져. (영화판 예고편은 여기)

기본 내용은 마가렛 대처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의 광풍을 직접 맞이하던 1980년대 중초반 잉글랜드 북부의 광부 파업 상태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빌리 엘리어트라는 소년이 우연히 접한 발레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로열 발레스쿨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기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2000년 영화가 개봉을 하고 2005년 런던 웨스트 엔드 초연, 그리고 올해 실황버전이 극장 개봉 하였습니다. 아마 영미권에선 블루레이 발매도 했을 겁니다. 영화의 경우 글레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를 제치고, 제이미 벨이 그 어린 나이에 그 해 BAFTA 남우 주연상을 타가기도 했고, 뮤지컬 또한 토니상을 포함한 여러 상을 휩쓸었습니다.

먼저 이번 라이브 버전 이야기 부터 하죠.


이번 실황의 예고편은 맞는데 연기하는 배우는 달라요.

뮤지컬을 떠나 영화로서 보자면 카메라 사용과 편집이 미숙합니다.

허나 미숙함을 논하기 이전에 무대 공연이라는 것은 어쨌든 관객이 무대 전체를 보게 되는데 여기서 카메라가 클로즈 업을 하는 순간부터 영화 관객이 볼 수 있는 정보량이 무대 관객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이건 장르 특성상 무대 앞에 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는 한은 불가피한 일입니다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 카메라가 ‘미숙’하다는데 있어요. 저런 이유로 되도록 풀샷으로 잡고 투박하게 잡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무대공연이기 때문에 용인이 가능한 것들, 가령 미숙한 표정연기라든가 때리는 척만 하는 연기에 클로즈샷이 들어가버리니 보는 관객입장에선 어색하다는 거죠.

대신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물론 잘 하는 배우기준), 격렬한 춤과 노래로 인한 배우들의 생생한 땀방울만큼은 객석의 어느 관객들보다 더 잘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그 누구보다도 대의를 위해서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빌리의 형 토니 엘리엇과 작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파업을 져버리고 탄광에 다시 돌아가는 아버지(재키 앨리엇) 사이의 갈등 부분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세심하게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어찌 보면 영화 원작의 흔적이죠.) 이 때 만큼은 클로즈샷이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 연기하신 배우분이 울먹이는 연기를 넘 잘해서 보는 나는 또 울었다 합니다. 나… 이거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 부분은 영화판 짧은 클립이 있어 링크 추가합니다. 여기)

물론 배우의 연기를 건지고, 무대 전체를 포기하는 것을 다 합친 정보량에 플러스가 많냐 마이너스가 많냐 결론내린다면야 당연히 마이너스라고 저는 말하겠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거죠. 스크린이라는 매체 자체가 그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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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런던에서 공연 중인 빌리들(http://billyelliotthemusical.com/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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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 중에 엘리엇 한나(얘는 이름이 더블T여요. 빌리의 성하고는 스펠링이 약간 다르죠.)가 이번 라이브판 빌리로 선정된 이유는 얼굴 만 봐도 보이네요. 잘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딱 그때의 제이미 벨과 제일 닮았거든요. 얘가 최연소 빌리(8세부터)라는 타이틀이 있기도 하지만 원작의 향수를 제일 잘 끌어올 수 있는 얼굴이라 뽑은 거 같아요.(믿거나 말거나) 어차피 빌리역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실력은 비등비등할테니까요. (귀요미 영상 링크하나 더 추가하죠.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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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당시의 빌리역 배우들과 제이미 벨.(아래 왼쪽은 마이클 역 배우일겁니다.)

지금은 좀 희미해진 거 같긴 하지만 저 때만 해도 딱 제이미 벨처럼 브루넷의 갸름한 얼굴이 나름의 선정 기준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제가 가서 봤을때의 배우만 해도 올리 가드너라는 배우였는데 인상이 동글동글했어요.) 그 외 기준이라면 역시 출둥한 춤과 노래실력이겠죠. 그리고 작품의 배경 상(북부 사투리도 어찌 보면 주요한 소재라) 주로 실제 잉글랜드 북부출신 아이들이 빌리를 연기한다고 합니다. 이번 엘리엇 한나의경우는 리버풀 출신이라죠.

Swan+Lake_Billy+Elliot초대 빌리 중 하나였던 리암 모우어와 현재 빌리들.
리암은 발레리노로 장성하여 이번에 성인 빌리역을 연기하였습니다.

무대 공연으로서의 실황판 이야기를 하자면, 토니 엘리엇 역 배우의 연기는 제가 봤던 2009년이 더 나았습니다. 여기서는 아버지 재키 엘리엇의 연기만 보이네요. 앞서 살짝 말했듯 두 부자 모두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감정대립을 하는 상황이기때문에 토니 엘리엇의 연기도 중요해요. 재키는?제 작은 아들을 위해 희생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고, 토니의 경우는 파업의 당위를 부르짖으면서도 마음 저 한 구석에는 제 동생 생각을 역시나 하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에요. 외려 이 씬에서 만큼은 토니의 연기가 더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2009년엔 토니역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노래는 예고편에 보이는 초연 배우들이 더 낫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실황판에서 When we stand as one~ 이 부분 부르는 배우가 노래를 좀 못 해요.

그래서 이번 뮤지컬 라이브가 별로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어서 영화관에 가서 보시라는 말입니다!!!! 빌리가 춤추고 노래하는 거 보면 입이 쩍 벌어지실겁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가치가?있는 작품이에요. 극장 상영관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지는 정도면 이하하실려나요.

billy-elliot-live2-large역대 빌리들. 훈훈허다.

거기다 이번 실황판을 보시면 역대 빌리들이 모두 나오는 보너스까지 챙기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서 극장으로 달려가세요!!!

이번에는 뮤지컬과 영화를 비교해보도록 하져.

약 두 시간짜리 영화가 뮤지컬화 되면서 거의 세 시간으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늘어난 게 무엇이냐하면, -물론 대사를 노래로 치환하면서 러닝 타임이 길어진 것도 있겠지만- 바로 감정이라고 저는 꼽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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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자체가 워낙 건조한 영화이긴 했죠.?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갱상도 상남자들 빰따구를 후려치고도 남을 무뚝뚝함을 보여주니까요.?빌리의 디폴트 표정만 해도 위의 사진과 같았으니…

030617_ph1.jpg-r_640_600-b_1_D6D6D6-f_jpg-q_x-xxyxx하지만 아름다운 그 이름 소년이여….

그래서 감정이 어떻게 늘어났느냐~ 하면 대표적으로 영화에선 “Oi! 우유는 컵에 따라 마셔야지!”라면서 빌리의 환상으로 딱 한번 등장했던, 극중에서 이미 사망한 빌리의 엄마가 뮤지컬에는 세번이나 등장을 해요. 아, 물론 회상이 아닌 빌리의 환상으로. (그리고 그걸 본 나는 그 세 번 다 울었다고 한다….) 영화에선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분에 엄마를 직접 등장시켜 대표적인 눈물 빼는 씬으로 각색한 거죠. (주변 관객들 훌쩍이는?소리를 제일 많이 들을 수 있는?게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거기다 무대공연답게 유머도 영화보다 여러 곳에 들어가 있습니다. 춤과 노래가 있는데 웃음이 빠질 순 없으니까요. 이 부분은 직접 보고 확인하세요. 신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영국 영화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브릿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영화인데(사운드 트랙 리스트는 여기)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그 자리에 엘튼존의 음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Electricity(여기. 동영상 아니고 노래만 나옵니다.)가 제일 유명해요. 제가 연뮤쪽은 문외한이라 잘 모르긴 하는데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는 기억에 남을 한 방이 없다는 비판을 받긴 하더군요. 이 노래 정도면 기억에 남을 한 방이 아닌가 합니다만…

그리고 Electricity. 무대 공연적 각색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으로 제가 꼽습니다. 영화판에서는 ①음악에 맞춰 오디션을 보고, ②심사위원이 춤출때 기분이 어떠하냐고 물어보자, ③빌리는 마치 새가 되어 날아가는 것 같은,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이라고 대사를 통해 담담히 전달하죠. 이게 뮤지컬에서는 ①오디션을 치르는 부분이 과감히 생략되고, ②영화와 동일하게 심사위원이 질문한 뒤, ③빌리가 이에 답하며 Electricity를 춤과 함께 부릅니다. ‘결’ 부분에 해당하는 클라이막스에요. 이 좋은 대사를 그냥 대사로만 처리할 수는 없었을 테고, 가무로 각색을 하려고 보니 그 바로 앞의 오디션용 춤을 그대로 뒀다간 전체 서사가 흐트러질 것이 뻔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죠.

billy-elliot-older요 녀석은 클릭하면 커져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성인 빌리(Older Billy)와 현재의 빌리가 오버랩되어 함께 발레를 추는 장면입니다. 백조의 호수가 깔리며 우아한 발레를 선보이는데 그저 황홀합니다. 이유야 여러개가 있지마는 성인 빌리의 몸이 좋기 때문입니다!!!!!! 제가 영국 가서 빌리 엘리어트 보겠다는 분들한테 이 장면은 정말 강추를 했는데 다들 만족하고 오시던… 위에 말한 리암은 제 기준으로 갑바가 좀 모지래긴 했어요.(소곤소곤) 윗 사진의?갑바보다 작단…(소곤소곤)?그 당시에 같이 공연 봤던 분이 ‘스펀지로 만든 갑옷을 입은 거 같다’라고 표현할 정도였기 때문에… 하지만 또 봐도 감동이었습니다. 다시 평정을 되찾고 영화와 비교를 하자면, 이 부분은 본인의 가능성을 아버지에게 납득시키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에서는 성인 빌리와의 오버랩 없이 빌리가 붕노를 품고 아버지에게 대놓고 보라고 추는 장면이라면, 뮤지컬에서는 혼자 조용히 미래를 상상하던 빌리를 우연히 아버지가 발견하는 것으로 처리 됩니다. 그리고 성인 빌리와 오버랩시키면서 영화판 에필로그 부분은 역시나 삭제했구요. 발레리노로 성장한 빌리의 모습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면 굳이 에필로그에서 한번 더 보여줄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영화식대로 처리했다간 무대에선 산만했을 겁니다.

그 외에도?오디션 장에서 관계자들이 풀네임 William이라고 부르는 걸 본인이 신경질적으로 Billy라고 우기던(?) 영화 속 상황은 뮤지컬엔 나오지 않고 대신 노동계층의 사투리 유머가 좀 더 들어가있습니다. 아참 이 이야기를 빼먹을 뻔, 늘어난 러닝타임에는 마가렛 대처에 대한 조롱이 노래를 통해 여러번 나와요. 사전 지식이 꼭 필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미리 알아보고 가고 싶다고 하시면 매기 대처의 경제 정책 정도는 알고가셔도 이해에 도움이 될겁니다.

전체 서사와 이것저것을 따지자면야 명불허전 영화 원작이 가장 좋기는 해요. 그 다음이 뮤지컬, 라이브 실황이 가장 마지막이기는 한데, 영화와 뮤지컬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고, 실황과 실제 무대공연이야 앞서 말했듯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에(일단 티켓 값 차이부터가… 맨 윗 사진 보시면 제가 두번째로 비싼 자리에서 42파운드 정도 보고 봤던 공연인데 이번 라이브판은 영화관 가시면 이만원합니다. 저는 영화의 전당에서 봐서 오천원 싸긴했지만 거의 네배차이….) 결론적으로는 셋 다 좋습니다. 그러니 어서 극장으로 달라가시란 말입니다!!!!!

사족) 영화판은 12세 관람가였는데 이번 실황판은 전체관람가네요. 제가 아는 영어 욕 중에 c-워드 빼고 거의 다 나오고 성인 배우들은 죄다 담배를 피워대는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