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허파에 바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또 직접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대뜸 사진 찾아서 만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1년 뒤 달력 정도는 검색하면 다 보여주거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제본을 1도 모르던 2012년에도 플래너 제가 만든 걸로 들고다녔습니다. 보면 핸드메이드 티는 나는데 그래도 쓸만했기때무네.
그리고 2년 전에 또 만들어보려다가 장렬히 실패하고 2년은 사서 썼습니다. 그 때 실패했던 건 실컷 제본 다 하고 그 위에 따로 종이를 붙이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인데, 일단 제본 자체는 괜찮게 됐던지라 이번엔 2012년처럼 아예 출력한 종이로 제본을 뜨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재료: 내지(디자인 후 출력), 색지, 실, 바늘, 목공용 풀, 마분지(나 두꺼운 종이), 패브릭 스티커, 집게, 양면테이프, 기타 칼이나 가위 등.
일단 이렇게 디자인한 내지를 출력. 출력소 가서 두꺼운 종이에다가 해주세요~ 하니까 아저씨가 120인가 140짜리에 인쇄해주는 바람에 출력비가 꽤 나왔는데 대신 튼튼하게 쓰겠조…. (저기 그림자가 진 것은 열두시 넘어서 비몽사몽 간에 찍어서 그렇습니다. 모든 작업을 퇴근하고 했더니.)
이미지는 모두 https://unsplash.com/을 이용했습니다. 여러 고화질 사이트를 두루 돌 생각이었는데 저기만큼 분위기있는 사진 찾기가 쉽지 않더이다. 내지 디자인은 프로그램 잘 쓸 줄도 모르고 딱히 달력인데 특출난게 나올게 있나 싶어 그냥 정말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폰트는 역시 무료폰트로 스타트렉 포스터에 들어가는 폰트입니다. 이름이 Star Series인가.
2012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실제본 하는 법을 찾아서 직접 꿰맸습니다. 방법까지 상세히 포스팅하면 좋겠지만 이게 다 퇴근하고 밥먹고 티비 좀 보다가 열두시 열한시 이때 한 애들이라 사진을 일일이 찍을수가 없어가지고… 대신 ‘그물 바인딩’ 같은 걸로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실은 이불용 면실이 무난합니다. 집에 저는 나일론 회색 실이 있어서 그걸로 하긴 했는데 해보니까 차라리 면이 낫겠다싶네요. 팽팽히 당길 수 있는 만큼 팽팽하게 해주세요. 후에 목공용 풀로 싹 바르긴 할테지만 실부터 팽팽해야 폈을때 깔끔합니다.
책등에 실이 노출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목공용 풀을 발라준 뒤 저렇게 하룻밤 동안 눌러줍니다.
그러면 요로코롬 깔끔하게 제본이 됩니다.
폈을때도 나름 튼튼해보이고 좋아요. 그리고 설명을 깜빡했는데 내지 앞뒤로 같은 크기의 색지도 덧댑니다. 저는 연한 노랑으로 했는데 실색에 맞춰서 회색으로 할 걸 그랬어요. 어쨌든 분위기에 맞는 색으로 하시면 됩니다.
근데 테두리를 칼로 잘라냈다가 망했는데 그냥 쓰려그여. 내지 비싸서….
표지 같은 경우는 2012년에도 그렇고 저는 패프릭 스티커를 씁니다. 1년 쓰면 때가 좀 타서 그렇지 나름 분위기 있고 딱히 따로 디자인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앞뒤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이번 퀴어축제가서 산 어여쁜 스티커를 중간에 붙이기로 하고 패브릭을 붙일 마분지에도 구멍을 뚫어주었습니다. (하드보드지도 괜찮지만 내지가 그렇게 두껍지 않기도 하고 표지가 두꺼우면 무겁기 때문에 저는 마분지를 썼습니다.) 패브릭 스티커는 잡아 당기면 늘어나기 때문에 재단을 정확히 할 필요는 없습니다.(해도 소용이 없어요.)
근데 만들다가 가장자리 잘못 자르는 바람에 전체 재단이 완전히 흐트러져서 다시… 흙흘규
새로 만드는 김에 마분지 여백도 새로 짰습니다. 1미리만 더 크게 잘랐더니 넘 꼭 맞는 느낌이 들어서 아래위옆 2미리씩 여백을 줬더니 자연스럽고 좋근요.
그리고 책등같은 경우는 저는 일부러 마분지 재단은 안 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책등용으로 재단을 하고 넣으면 내지가 잘 안 펴져서요. 근데 이렇게 책등용 종이를 완전 빼버리면 패브릭 스티커랑 내지 책등이랑 들러붙는 수가 생기니 차라리 얇은 종이라도 덧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내구도도 좋아지겠죠.
요로코롬 표지용 재료 싹 다시 사서 붙이는 것으로 완성! 참 쉽죠?
지금은 요리조리 스티커 붙이고 있습니다. b5사이즈라서(반 접어서 b6) 붙일 공간이 만크든여 크하하.